아무리 생각해 봐도 추억은 치트키야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영화, 중경삼림
빈둥거리던 토요일 밤 영화 <중경삼림>을 보았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은 수많은 사람의 인생 영화로 꼽히곤 한다.
특유의 미장센부터 9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한 세기말 분위기는 영국에서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둔 홍콩 청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완벽하게 묘사한다.
내가 태어나기 3개월 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경험하지도 못한 홍콩의 90년대 거리를 보며 추억에 잠기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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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추억은 치트키가 맞다
친구들과 함께 갔던 여행, 취함이 가득했던 술자리, 어설펐지만 설렘이 가득했던 순간들, 힘들고 눈물 지었지만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까지
이따금 사진첩을 뒤적거리다 보면 밤을 지새게 된다.
사진첩 뿐만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며 노래를 듣다가 옛날 노래라도 듣게 되면 과거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오며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그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분명 고민도 있고 힘들었을텐데 왜 지나고 보면 힘들었던 기억은 미화되고 추억만 남는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추억은 치트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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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키는 강력하다. 그래서 매번 기대게 된다
문제는 추억의 힘이 강력하다 보니 매번 기대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덧 사회 생활을 한지 5년 정도가 되었다. 자유로웠던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며 반강제로 규칙적으로 살게 되었으며
내가 만들어내는 경험치의 깊이는 깊어졌지만, 깊어짐에 집중하기 위해 경험치의 다양성은 옅어졌다.
(이전 회사보다는 덜하지만) 10 to 7 속에서 내 삶은 예측가능해졌고 추억을 생산하기 보단 이미 있는 추억에 매번 기대게 된다.
잠을 잘 때마다 사진첩이나 예전에 좋아했던 영상을 뒤적거리게 되는 이유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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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아는 맛이어서 질린다
이렇게 추억의 힘은 강력하다. 하지만 추억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처럼 내가 아는 맛이다.
매번 추억의 힘을 빌려 잠을 청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경험이기에 매번 똑같은 결말에 도달한다.
회사 생활을 하며 추억을 적게 만들어 내다 보니 과거의 추억에 기대게 되지만, 그 추억은 뻔하다 보니 더 이상 추억할 거리가 없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 이번 한번만 더 들어야지 하고 50번째 듣는 재지팩트의 노래가 그렇고 마음이 센치해 질때마다 꺼내보는 10번째 영화 비긴어게인이 그 예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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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필사적으로 추억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이 딜레마를 탈출하기 위해선 결국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뻔하지 뻔한 말이지만 ‘현재를 즐겨야' 한다. 그리고 그 현재를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별것도 아니었던 것 같았던 순간이 음악 하나면 특별해 질 수도 있고, 이렇게 글로 적으며 짧은 감상을 남기면 훗날 추억할 거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나 역시 추억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단순히 술자리 안주가 아닌, 나의 생존을 위한 안주거리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치트키인 추억을 더욱 오래 씹고 뜯고 즐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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