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실제로스포티파이가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는 대중 음악에 심취하지만 20대부터는 점차 흥미가 떨어지고 30대에는 음악 취향이 성숙해진다고 한다.
최근 팀원들과 워크샵을 떠나며 조수석에 앉아 DJ를 맡았던 나도 이런 연구결과를 적극 활용했다. 팀장님을 비롯해 연차가 높은 팀원들과 탔기에 김범수의 '보고싶다'부터 시작했다. 바로 운전석의 팀원이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추억여행은 운전 내내 계속됐다. '잊지 말아요', '라라라', '말하는 대로'까지... 2000년대 후반 큰 인기를 얻었지만 지속적으로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는'클래식한 노래'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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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식은 영원하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축구계의 명언이 있다. 세월이 흘러 폼이 떨어진 노장이 멋진 플레이를 보일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을 쓰고 싶다.
가장 트렌디해야 하는 마케팅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역설적이지만, 나는 트렌드를 너무 믿지 않는다. 트렌드 센싱을 하다 보면 '이게 트렌드라고?'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깡, '소울리스좌', '우영우인사법'까지 대한민국을 강타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밈도 많다.
(그리고 그 밈들은 나중에 '아재 테스트' 문제로 들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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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보다는 유재석이 되고 싶다
또 트렌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면 인플루언서들이 부러워질 때가 많다. 특히 하루 아침에 소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인기가 급상승하는 사람들을 보면,나는 왜 저 콘텐츠를 발견하지 못했지?라는 자책감도 들기 마련이다.
반면 기본기가 갖춰져있지 않았지만 큰 인기를 맞이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힘을 잃고 다시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곤 한다. 또는 한 순간에 너무나도 큰 인기를 얻게 돼서 단기간에 이미지가 소비된 뒤 다시 찾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2021년 250만 팔로워를 가진 SNS를 삭제한 보테가 베네타
럭셔리 브랜드가 너무 큰 인기를 얻게되면 오히려 디마케팅 하거나, 난해한 캠페인 광고로 소비자와 거리를 두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톰브라운, 차브족의 패션이 된 버버리가 되기 싫어 SNS를 삭제한 보테가 베네타처럼 말이다.
마케터로서 나 자신도 물론 트렌드를 항상 주시해야 하지만 클래식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내가 운영하는 응답하라 마케팅이 성장의 공을 항상 구독자에게 돌리고, 에디터 개개인의 우상화나 너무 큰 조명을 비추는 행위를 금기시하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기본기가 잡히지 않은 사람이 한 순간에 너무 큰 인기를 얻게되면 당장은 대중의 인기를 얻어 좋을 수 있겠지만, 이미지가 한 순간에 소비될 수도 있으며 나아가 인기를 감당하지 못해 몰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유튜버의 나락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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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아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나태주 시인 '풀꽃' 발췌, 2019년 경주에서
마케터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도 클래식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태주 시인의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명문처럼, 지금 당장은 빛이 나지 않을지라도 결국오래 보았을 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은 (비록 헤어졌지만) 장기 연애를 경험하며 굳어진 것도 있다. 외적인 측면도 연애라는 감정에서 중요하겠지만, 그 중요성은 초기 상대의 마음을 얻어갈 때에만 커지며 이후에는 결국 그 사람의 내적인 면모가 중요해진다.
나 역시 내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던 사람을 오랫동안 만나고 나니 한 사람을 볼 때 외모나 경제적 여건 같은 부분도 있겠지만 내적으로 성숙한지를 보게된다. 물론 나 역시도 상대방에게 '오래 보았을 때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나는 '창의력과 기획력'이 뛰어나지만 '분석력과 체계적인 사고'가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내가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업무적인 역량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50대의 최부장이 되었을 때도 20대의 인턴보다 창의적이기엔 힘들지 않겠는가. 그보다는함께 오래 일해도 좋고 편안한 '클래식한 사람'이 되고싶다. 지코의 '아무노래'도 물론 트렌디하고 힙했지만 그보다는 김범수의 '보고싶다'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이 글을 읽을 구독자 구독자님도 '보고싶다'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라 운동화 보다는 반스 올드스쿨 같은, 흔한 킬링타임용 영화보다는 비긴어게인 같이 다시 봐도 좋은, 최준보다는 유재석 같이 오랫동안 주변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순간의 인기를 위해 당장의 요행을 바라기 보단, 조금은 느려도 묵묵히 자자신을 갈고 닦으며 클래식이 되어야겠지. 오늘도 마음 속으로 깊이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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